전시 소개
전쟁없는세상 20주년 아카이브 전시

‘추신.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병역거부운동의 20년을 기록함과 동시에 무기거래감시운동, 비폭력트레이닝 같은 전쟁없는세상의 평화행동 20년을 재기록한 전시입니다.
병역거부운동은 어떻게 군대를 가는 남성이라는 단일한 정체성을 중심으로 한 투쟁으로 흘러가지 않고 수많은 존재와의 연결 속에서 모두의 평화를 외치는 비폭력운동이 되었을까요. 전쟁에 반대한다는 거대한 선언은 어떻게 일상을 바꾸어나가는 작은 외침과 만나게 되었을까요. 군사주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어떻게 한국사회의 여러 현장에 참여하고 다양한 사회운동과 연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을까요. 그래서 어떻게 전쟁없는세상은 병역거부운동에서 무기거래감시운동으로 확장될 수 있었을까요.
본 전시는 그간 현장과 시위를 오가는 숨가쁜 운동의 시간 속에서 두텁게 쌓인 아카이브들을 처음으로 한 자리에 펼쳐보입니다. 아카이브 전시, 특히 사회운동을 갈무리하는 아카이브 전시는 쉴틈없이 달리며 만들어낸 현재라는 시간 위에서 여전히 산재한 일들을 잠시 멈추는 짧은 휴식이기도 합니다. 어떤 지나간 슬픔은 충분히 다독이고, 어떤 지나간 기쁨의 여운은 길게 나누며 호흡을 가다듬고 앞으로의 여정을 준비하는 스트레칭이기도 합니다.
본 전시는 기사, 간행물, 회의록, 책, 사진, 비디오 등과 같은 공적 기록물과 미디어와 대중문화에서 언급되며 창작의 재료로 사용된 장면들, 시위 현장의 기억들을 조합하여 거대한 시간을 더듬어봅니다. 그 속에서도 기록되지 못한 빈칸들은 관객이자 수신자의 기억을 통해 그리고 우연한 대화와 필연적인 만남을 통해 채워보고자 합니다.
전시의 제목 ‘추신.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소설가 김초엽의 작품 제목에서 가져왔습니다.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상상하고 재구성하는 것이 sf소설이라면 병역거부운동의 역사야말로 가장 픽션적인 것일지도 모릅니다. 속도전의 시간 감각과는 다른 흐름으로 가는 사회 운동의 시간은 맴돌고, 회전하고, 비스듬히 가고, 제자리로 돌아오고 거꾸로 흐른다는 점에서 sf에서 묘사되는 비현실적인 시간의 성격과 닮아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평화에 가장 가까운 곳으로 우리를 이끄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우리는 그 시간을 소중히 걸어갈 것이라고 이 전시를 통해 짧은 추신을 남기고자 합니다.
*이 전시는 6월 6일부터 6월 12일까지 탈영역우정국에서 진행한 전시 ‘추신.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협력기획: 전솔비)’의 온라인 전시 페이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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